Feb 23, 2020

주말을 집에서 보내고 다시 분당으로 향하는 날.
한달이라고 해도 이것저것 가져가야 할게 많아 차로 움직이기로 했다. 가기전에 세금관련 신고로 인해 남편의 사무실을 들렀다.
지난번의 삼성동 사무실을 마지막으로 이번에 새로 옮긴 곳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건물의 가장 높은 곳에서 보는 경치는 주위에 아무것도 없어도 가슴이 시원해진다.
사무실 책상을 보니 이 곳에 와서의 첫 출근을 기념한다고 내가 보낸 카드가 중앙에 놓여져 있다. 괜히 민망하다. 손편지는 쓸 때는 효과가 좋은데 나중에 볼땐 손발이 오그라드는 부작용이 있다. 그걸 저렇게 전시를 해놓은 남편의 속내가 궁금하다.
가끔, 아니 아주 자주 남편의 행동은 정말 나를 생각해서 하는 행동인지 아니면 자기만족인지 아니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동인지 헷갈릴때가 많다. 이렇게까지 말하면 내가 너무 비인간적인 못된 아내라고 하겠지만 이렇게 생각하게 만든 이유는 남편의 "나를 위한 행동"은 사실 "내가 원하지 않은" 행동이기 때문이다. 정작 "내가 해주기를 원하는 행동"은 전혀 생각도 안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이것이 그저 화성과 금성에서 온 차이인지 아니면 나와 그 사이의 문제인지를 고민하게 한다.
그래서 자꾸 내 본심을 말하는 것을 포기하고 하늘만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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