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방사선치료가 시작되었다. 병원에 가서 방사선 치료를 하고, 전세를 준 아파트 발코니에 물이 샌다는 말에 관리사무소에 다녀와 해결을 해달라 부탁을 하고 저녁을 먹고 앞으로 한 달 정도 살 아들의 원룸에 입성했다... 하고 싶었다. 입성하려던 생각은 현관을 가로막고 놓여있는 쓰러기 더미에 실패했다. 아이를 원룸으로 내보낸 친구가 자주 드나드는 걸 보고 집에서 내보냈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하냐고 했더니 남자아이들은 집을 쓰레기더미로 만들어놓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는 대답을 했었다. 그 대답을 들으며 그래도 다 큰 성인인데 지가 알아서 하게 내버려두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 완전히 현실자각타임을 가지게 되었다. 행거에 걸려있는 옷보다 구석에 처박힌 옷이 더 많다. 설겆이그릇을 방치해놓은게 하루이틀이 아닌 주방 냉장고에서 썩어가고 있는 정체불명의 식물 어디를 봐도 먼지투성이에 바닥에는 쓰레기와 빨래감이 한 덩어리로 뒤섞여 있고 먹다 남은 물통은 왜이렇게 많은데 그것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지, 냉장고에는 술종류밖에 없고 곰팡이에 뒤덮여 원래 무엇이엇는지 알수가 없는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있고 부엌개수대에는 그나마 몇개 없는 식기들이 다 나와있다. 아무리 지저분하고 작은 공간이고 아들이 사는 곳이라고 해도 일단 프라이버시는 지켜줄 생각이었는데 이 상황은 도대체 이불을 펴고 몸을 누을 공간이 없다. 청소를 하려...